어쩌다 우리 회사와 노동조합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언젠가부터 노동조합이 조합원 모두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이익집단, 이기주의, 편 가르기와 내 편 만들기라는 비판을 받게 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노동의 철학과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노동조합 역시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현실이 과연 5년차, 10년차 후배들만의 문제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들이 선배답지 못했고,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했던 책임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중적인 모습, 편 가르기,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모습으로 더 이상 세아베스틸 노동조합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언젠가 회사를 떠나겠지만, 퇴직한 이후에도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 후배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남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임단협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장조직과 협치하고 세대 간 갈등 역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다시 노동조합다운 모습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합니다.
후배님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배들의 좋지 않은 모습보다는 좋은 모습들을 보고 배우셨으면 합니다. 현장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동료를 배려하고 돕는 좋은 선배들과 동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배려하고,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다 보면 그 복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식들에게도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내가 힘든 것처럼 남도 힘듭니다.
부서 이동이 결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닙니다. 처음 배치받았던 그 초심을 기억하며 부서 선후배들과 함께 잘 지내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많은 시간 동안, 그리고 퇴직하는 그날까지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 앞으로 위원장의 꿈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감히 부탁드립니다.
인사권을 이용해 내 편을 만드는 과거의 방식은 이제 멈춰주십시오. 회사 역시 그런 모습을 모두 보고 있습니다.
인사와 경영은 회사의 영역으로 존중하고, 노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을 위한 노동운동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현 집행부부터 그런 변화를 만들어주신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 반드시 그런 노동조합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로 헐뜯고 싸우기보다는 임투 기간 동안 집행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충고할 만큼 훌륭한 선배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모두를 위한 작은 바람을 담아 이 글을 남깁니다.
혹시 제 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